선종의 출현 

비단길에 의해 동서무역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1세기 전후한 시기에 그 무역의 중심지로 극성을 보이던 서북인도 지역에서 불교는 그 발생지인 인도라는 지역성을 탈피하여 세계성을 띤 보편적 진리로 발전하니 이것이 대승불교입니다.

그러나 고도의 논리적 철학 체계를 갖춘 대승사상은 도리어 이 철학성 때문에 장차 논리의 홍수속에 빠져 쇠퇴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8세기를 전후해서근본불교와 대승불교가 출현한 인도와 중앙아시아지역에서 불교가 소멸한 근원적인 이유는 이에 있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중국에서는 한자(漢字)문화가 가지는 극단적 함축성을 바탕으로 함축적 초논리(超論理)에 의한 탈논리의 방법으로 기왕의 논리적 홍수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것이 곧 불립문자(不立文字) 직지인심(直指人心)을 내세운 선 종의 출현이었습니다.

그 결과 달마(達磨) 이래 조사(祖師), 선사(禪師)들은 견성오도의 종교적 체험을 확인하고 이를 극도의 함축적 표현으로 압축시킴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얻어가게 됩니다.

그 중 돈오론(頓悟論)을 주장한 남종선의 경우는 용이한 접근 방법에 대한 매력 때문에 일반대중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아 점차 그 교세가 종래의 모든 종파를 압도해 갔습니다.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우리나라에 들여오셔서 발전시킨 분이 바로 도의선사이십니다.

 도의 국사(道義國師, 생몰년 미상)

최초로 중국의 남종선(南宗禪)을 우리나라에 전한 신라의 고승이십니다. 북한군(北漢郡) 에서 태어났으며, 성은 왕(王)씨이고, 어머니가 임신한 지 39개월 만에 낳았다고 합니다.

일찍이 출가하여 전남 장흥군 보림사에서 승(僧)이 되었습니다. 처음 법호(法號)는 명적(明寂)이었으나 신라 37대 왕인 흥덕왕 5년에 당나라에 들어가 주당에게 법을 얻고 도의(道義)라 호를 고쳤습니다.

784년(선 덕왕 5)에 배를 타고 당나라 오대산으로 가서 공중으로부터 종소리를 듣는 등 문수보살(文殊菩薩)의 감응을 얻었습니다.

그 뒤 광부(廣府) 보단사(寶壇寺)에 서 비구계를 받고 조계(曹溪)로 가서 혜능(慧能)을 모신 조사당(祖師堂)을 참 배하였는데, 이때 조사당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고 합니다.   

  다시 상서의 개원사 (開元寺)로 가서 지장(地藏)에게 법을 물어서 의혹을 풀고 지장의 법맥을 이 어받았다. 그 뒤 백장산(百丈山)의 회해(懷海)를 찾아가서 법요(法要)를 강의 받았는데, 회해는 "강서의 선맥(禪脈)이 모두 동국승(東國僧)에게 속하게 되 었구나."하고 칭찬하셨다고 합니다.

  37년 동안 당나라에 머물다가 821년(헌덕왕 13)에 귀국하여 선법(禪法)을 펴고자 하였으나, 당시 사람들이 교학(敎學)만을 숭상 하고 무위법(無爲法)을 믿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아직 시기가 오지 않았음을 깨닫고 설악산 진전사(陳田寺)로 들어가 40년 동안 수도하다가 제 자 염거(廉居)에게 남종선을 전하고 열반에 드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