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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남사 산문 가는 길~~글쓴이 : 보산 정용장 등록일 : 2009.11.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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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석남사 산문 가는 길

                                          - 詩 / 청호 정용장 -



    계곡의 솔바람 소리가 정겨운
    언양 가지산 산문 들어서는 길
    석남사 일주문이 속세의 길손을 반긴다
    원죄를 묻지 않는 부처의 미소가
    업보를 등에 진 보살에게
    소망의 연화를 심어 법열에 들라 한다

    법은 깊고 넓었다
    호수처럼 고요하고 맑았다
    솔바람은 계곡물 소리와 합주하며
    조목조목 법성계의 정법을 전한다

    대웅전 넓은 마당 석탑엔
    동자승 같은 해맑은 햇살이 그윽하다
    자식의 조막손을 떨쳐버린 나목은
    보내야 할 가을이 아쉬워
    또 다른 봄을 기다리며
    윤회를 품고 인고의 겨울맞이를 하는데

    정수원 선방 스님 맑은 눈매에
    관세음 푸른 설법이 구슬처럼 청아하고
    옥류동 청정계곡 목탁새들은
    진홍빛 낙엽에게 진여 삼매 眞如 三昧를 설한다

    노을이 산마루를 넘을 때까지
    나한과 신장은 염불을 외고 있었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연비 수계 聯臂受戒로
    육신을 살라 비구니 출가를 기다리는
    사미니의 긴 그림자가 고즈넉하다

    삼백예순다섯 날 청정한 화두에
    적막이 흐르는 교교한 밤
    법열이 가득한 금당 선방에는
    동안거를 기다리는 비구니 스님들이
    졸음을 쫓아내는 죽비소리에
    백팔 번뇌를 삭이고 있었다

    해탈이 허공을 맴돌다 눈꽃 되어 흩날린다.
    적멸의 삼매가 꽃향기처럼 경내에 가득하다
    깨달음의 길은 미로를 헤매는 고행의 아픔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