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화유산이 판결에 밀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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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2000-05-30 1768호
시공업체가 울주군을 상대로 낸 가지산 석남사 앞에 추진중인 유흥음식점등 3동의 건축 ‘작업중지처분취소’ 소송을
울산지방법원이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려 불교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이는 더욱이 사찰앞에 근린공원시설이 들어서면 “조용하고 안정된 환경이 상당부분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제기한 직지사앞 건축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법 김천지원이 받아들이고 사찰을 상대로 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까지 기각한 것과 정면 배치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당국마저 혼란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보면서 울산지법이 크게 두가지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수익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지자체의 개발지상주의 사고를 사법부가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울산지법은 석남사의 경내지내에 이미 주차장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행환경을 침해하는 경내지 건축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이시대에 다중이 모이는 산중의 각종 시설에 주차장이 없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산중이라도 관공서나 복지시설 등이 건립될 경우 정부당국은 오히려 일정 비율의 주차면적을 확보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사찰은 1천여년간 산림과 각종 문화유산을 보호해온 주체로서 뿐만 아니라 수행 신앙처로서 적게는 수 백 많게는 수 천명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이같은 목적을 위해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주차장을 이유로 유흥음식점 건립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리면
이 나라 삼천리 산하에 음식점이 못들어 설 곳이 어디 있겠는가.
판결논리대로라면 국립공원을 관리할 명목으로 세워진 공단 산하 10여명이 근무하는 분소까지 주차시설이 들어서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 판결에서 ‘문화유산보존’이라는 대의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판결문대로 당해 사찰인 석남사가 건축행위에 일정부분 가담한 흔적이 있더라도 그 행위를 이유로 천년문화유산 자연환경을
침해하는 건축행위를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김천지원이 해당지역내에 건축 사례가 없다는 근거를 보이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수행환경을 침해하는 행위는
원천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별법의 하나인 전통사찰보존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국회가 지자체로 하여금 조례를 제정하여 사찰수행환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에 대해서는 이를 불허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도 같은 취지이다.
2심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양 산 조계종 사찰환경보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