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이야기-석남사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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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1998-04-07 1668호
동으로는 울산광역시를 굽어보고 서쪽으로는 호거산 운문사를 바라보는 석남사는 한국불교에서 대표적인
비구니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가지산을 바라보며 호젓하게 서 있는
석남사부도(보물 369호)는 아직도 신라인의 예술혼을 머금고 있는 듯 위풍을 자랑하고 있다.
여느 부도처럼 언제 어디서 선풍을 휘날였던 선지식의 부도라고 추정할수 없는 부도지만
가람을 품속 삼아 1천년을 지켜온 당당함이 방문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지대석은 8각의 1석으로 조성됐으니 흔히 여러장으로 형성된 방형의 지대석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하단은 4면 측면에 사자를 양각했으며 측면에 아무런 문양이 없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하단석 윗면은 곱게 활모양에 가까운 굄돌을 아로새겨 상단석을 받치고 있다.
상단석의 밑면 역시 한 개의 단받침을 조성하여 부도를 떠받치고 있다.
중대석은 8각을 이루고 있으나 다른 부도와 다르게 배부분이 부른 형태(鼓腹石)를 띠고 있다.
여기에는 편액을 짜놓은 듯이 보이는 독특한 문양을 새겨넣어 여타 부도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기자기함이 엿보인다.
상대석은 1석으로 조각된 8각의 연화대로 각모서리에 하나의 연꽃만을 조각하였고 그사이사이에 겹치도록 하였다.
1962년에 수리할 당시 기단부 중 대석인 고복석 상면 중앙에 위치한 사리공이 확인되긴 했으나
이미 사리장치를 도난당한 뒤였다. 무분별한 도굴꾼들의 한심한 작태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전체적인 형태를 보아 조성시기는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로 넘어가는 부도로 추측되고 있다.
부도에 가까이 다가서니 연화장세계에서 사바의 중생들에게 삶의 무상함을
일깨우는 선지식의 법문이 들려오는 듯하다.<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