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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禪氣 한아름에 한여름도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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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08월 13일 (수요일) 18 : 44  경향신문

    산세가 웅장해 ‘영남 알프스’라 이름 붙은 소백산맥 자락의 경북 가지산(迦智山) 석남사(石南寺·주지 영운스님)는 전국에서 첫손 꼽는 비구니 수행처이자 문경 봉암사와 함께 조계종 종립선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비구 사찰에도 둘 이상의 선방이 자리잡기 힘든 데 이곳 석남사에는 금당선원, 정수선원, 심검당 등 무려 세 곳의 수행처가 있다. 특히 심검당은 성철스님의 따님인 불필(不必)스님의 수행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 여름에도 서늘한 비구니의 선기가 감도는 석남사 도량은 하안거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오후, 갑자기 마을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졌다. 올해로 3회째인 ‘석남사 산사음악회’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는데, 석달간 두문불출하던 스님들 안거의 마지막 날 행사로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해제일인 12일은 지옥에 간 영혼을 위한 천도재를 올리며 백가지 음식을 해먹는다는 ‘백중’날이기도 하다.
     
    저녁 7시부터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와 앞뜰 3층 석탑 사이를 무대로 바이올린, 기타, 가야금 등의 연주가 이어졌고 성악가 정율스님, 석남사 합창단 등이 밝은 보름달을 조명삼아 어둠이 찾아온 산사를 음악으로 장식했다. 이 절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을 돕기 위한 바자도 함께 열려 선화(禪畵)로 이름난 통도사 수안스님의 작품과 다기, 염주 등이 관람객들의 귀뿐 아니라 눈도 즐겁게 했다.
     
    흥겨웠던 ‘한여름밤의 야단법석’이 어둠속에 묻힌 다음날 새벽 3시30분, 금당선원의 비구니 선객들은 선맥의 초조(初祖) 달마대사의 영정을 모신 선방에서 108배 예불을 올린 뒤, 면벽한 채 둘러앉아 화두를 들고 수행에 여념이 없었다. 하안거가 끝나는 해제 날이지만 1년 결사를 작정한 금당선원 선객 24명은 내년 음력 1월보름까지 산문을 벗어나지 않고 하루 16시간씩 수행을 계속한다. 선방 대중을 지도하는 입승인 현공(玄空·53)스님은 “이렇게 열심히 수행하는 비구니들이 있는 한, 눈밝은 비구니 수행자가 언젠가는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전 6시 공양시간에는 대웅전 오른쪽 큰 방에 수행자와 소임자 70여명의 대중이 일렬로 가사 장삼을 두르고 앉아 법공양을 했다. 천으로 싸맨 발우(鉢盂)를 풀고, 공양을 돌려 나누는 순서순서마다 합장을 하며 부처님에게 공덕을 올리는 스님들의 독송이 계속됐다. 점심공양 때도 이같은 법공양은 어김없다. 1957년 석남사에 와서 제1의 비구니 수행처로 자리잡게 한 인홍(仁弘·1997년 작고)스님이 “중은 상에 먹는 법이 아니다”라는 추상같은 말씀 때문에 법공양은 한번도 끊긴 적이 없다.
     
    해제법회를 위해 정수선원의 비구니 스님들은 본사인 통도사(通度寺·주지 현문스님)로 떠나야 한다. 아직 24개 교구본사 중 비구니 사찰은 한곳도 없기 때문에 비구니 스님이 해제법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큰 바랑을 등에 멘 스님들은 계곡을 따라 석남사 산길을 내려갔다.
     
    〈울주/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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